헤비메탈 계보도 : In Rock, Rock of ages - Nevermind!

"Made in Japan" 입고.
하교 길 학교 앞 레코드 샵 유리에 붙여진 이 문구에 깜짝 놀랐다.
Deep Purple의 최고 라이브 명반은 "Child in time" 이 금지곡인 관계로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투판에 빠져 훗날 가게를 날렸지만 내게는 음악의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던 주인장은 대답했다.
"어, 이거 빽 판이야."
요즘 같으면 꿈도 꾸지못할 해적판 LP판으로 입고되었다는 이야기.
참고로 빽 판은 폐플라스틱으로 찍어낸 판이라 손가락을 다칠만큼 마무리가 엉망이고 턴테이블에서는 끝없이 틱틱거리는 잡음을 소리로 내주는 희대의 괴물 같은 음반이었다. 자켓은 도화지에 단색 컬러로 인쇄되었고 한 장에 800원. 라이선스 음반이 3,000원대 시절이지만 가격은 기절초풍.
오랜만에 MK2기로 재결합해 "Perfect Strangers" 앨범을 내놓아 매니아들을 흥분시키던 시절의 이야기다.
헤비메탈을 논하기 시작했다면 연식공개를 하는 셈.
Def Leppard가 불장난을 치며 미국을 삼키고 있던 시절, Judas Priest가 신보를 들고 음악잡지에 등장하는 일이 real time이던 시절 음악은 학생시절의 방황과 고독을 때로는 불지르고 때로는 잠잠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단물이었다.
앨범 하나 구하기 위해 청계천을 다니던 시절을 생각하면 Spotify에서 음반을 찾아 듣고 내 취향을 나보다 더 잘 알아서 제대로 저격해주는 추천 곡을 쏴 주는 2021년의 음악필드는 천국 그 자체다.
Nirvana의l 기념비적인 아기 수영 앨범이 세계를 집어 삼키며 헤비메탈은 오버 그라운드에서 원래의 지하세계로 땅을 파고 들어갔고, 살찐 엑슬 로즈는 더 이상 여성들의 섹시 심볼이 될 수 없는 시간의 무게가 허리를 휘 청이게 만드는 시대로 넘어왔고, 웬만한 앨범들이 발매 50주년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밤잠 설레는 흥분을 남겨주던 음악들의 계보와 지나간 발자취를 훑어보는 일은 매니아들에게 뜻 깊은 책읽기가 될 수 있다.
Dream Theater의 서울 공연, 1열 바로 코 앞에서 James Labrie의 손가락이 달락말락 아쉬움을 남겼던 록 필드의 뜨거운 열기를 다시 한번 추억하며 명밴드들의 몰랐던 이야기와 앨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며 Spotify의 검색창을 뜨겁게 달굴 시간이 왔다.
총 3개의 파트로 나누어 70/80/90년대의 헤비메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며 밴드들의 활약은 지리멸렬했고 과거의 히트곡이나 라이브 무대에 읊조리는 몰락의 길을 거긴 했지만, 그래도 노장들의 패기어린 모습들이 종종 눈에 띄고 가뭄에 콩 나는 즐거움을 주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다.
어느덧 얼터너티브 밴드들도 한 물 간 음악이 되어버린 시간의 변화무쌍함을 탓해 무엇하랴.
해당 시대의 주요 음악사조에 대한 설명은 알고 있던 내용과 몰랐던 내용을 잘 정리해주었고, 각 밴드 별 짧은 역사와 주요 앨범에 대한 설명은 예전에 즐겨 읽던 LP내지나 CD부클릿을 꺼내는 설레임이 떠오른다.
사실상 헤비메탈이라는 장르의 형식적 완성을 시킨 딥 퍼플의 "Smoke on the water"가 작곡되는 화재사건은 지금 봐도 재미있는 동시에 가사의 유치 찬란함은 살짝 소름이 돋기도 한다.

뭐니뭐니 해도 80년대는 헤비메탈의 전성기였다.
Judas Priest나 Iron Maiden 같은 정통 밴드들의 숨가쁜 질주도 좋았지만 작년에 타계한 에디가 이끌던 Van Halen의 숨막히는 기타 리프와테크닉, Metalllica의 묵직한 등장, 그리고 꽃미남들의 대거 출현으로 신나는 락 축제가 가능하게 만든 LA메탈의 부흥기는 앞으로 결코 우리가 목격할 수 없는 시대의 행복이고 질주였다.
뮤직 비디오 하나 보기 힘들어 뮤직 카페를 찾을 수밖에 없던 시절, 피카디리 옆 SM이나 대학로 MTV를 찾았던 매니아라면 당시로서는 초대형 화면에 등장하던 Metallica의 "One"이나 Gn'R의 "Sweet Child O'mine"뮤직 비디오를 처음 보던 순간을 잊지 못하리라.

저자가 이야기하듯 가장 화려한 상업적 성공을 이룬 헤비메탈 밴드라는 "Def Leppard"이 내한 공연을 보지 못한 일이 아직도 아쉽지만 꾸준한 활동을 하는 그들의 노장 파워가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시선이 머물기 시작할 정도로 다들 나이가 먹었다. 언제나 악동 같던 에디 밴 헤일런은 작년 타계했고, 더이상 CD를 구매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앨범 커버나 밴드 사진은 저작권 문제로 빠진 듯하나, 책을 읽어가며 머릿속에 들어있는 이미지이긴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들었다.
Led Zeppelin의 "Stairway to heaven"을 유튜브 뮤직에 걸었다.
1년 넘게 못 들어본 것 같다.
자꾸 잊혀지는 명곡들의 추억을 소환해 2021년의 미디어채널로 들을 수 있게 되는 발전만으로도 매니아들에게는 또다른 좋은 시대, 2021년이다.
아직 못 보신 분이 있다면 - 톰 크루즈가 엑슬 로즈같은 락커의 열기를 내뿜는 - 뮤지컬 영화 "Rock of ages"를 지금이라도 챙겨보시길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서평]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 경매가 1억 넘는 책 뭔지 알아? 우리가 몰랐던 책의 숨겨진 비밀들 (0) | 2021.02.05 |
|---|---|
| [서평] 기회손실 제로의 법칙 : 선택이 내려지는 순간 = 무엇인가를 포기하는 순간, 선택의 마법이 필요한 이유 (1) | 2021.02.03 |
| [서평] 하버드 6가지 성공습관 : 성공의 비밀을 찾기 위해 떠난 VIP 여정 (0) | 2021.01.27 |
| [서평] 올웨이즈 데이 원 : 거대기업들이 멸망하지 않기 위해 만든 기업의 DNA (0) | 2021.01.25 |
| [서평] 포스트 코로나 로드맵 : 농축된 미래 기술이 바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모습 (0) | 2021.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