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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평]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 경매가 1억 넘는 책 뭔지 알아? 우리가 몰랐던 책의 숨겨진 비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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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 경매가 1억 넘는 책 뭔지 알아? 우리가 몰랐던 책의 숨겨진 비밀들

 

 

리뷰 쓰며 슬쩍 책장.

검은 색 무기 한 권이 게슴츠레 눈을 뜨고 바라보고 있다.

도서 정가제가 시작되기 직전, 모 커뮤니티에서는 율리시스가 반값이 풀렸으니 어서 구매를! 선동했다.

책 제목도 작가도 처음 들어보았지만, 책은 무조건 지르면 남는 거다.

조금 있으면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10페이지 이후의 내용은 알 수 없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첫번째 포문으로 열기에 딱 맞는 책인 동시에 몰랐던 뒷 이야기, 특히 외설로 금지되었다는 에피소드는 해금 후 책을 구매하기 위해 서점으로 달려가던 선배 피해자들과의 공감을 만들어주어 흐뭇하다.

"내 책장을 가장 빛나는 책" 율리시스 이야기다.

이 책을 10페이지 읽고 쓰려졌어도 의기소침말라는 조언은 무거웠던 마음을 툭 털고 일어나게 해준다. 꼭 율리시스 사서 읽어 보시길. 의식의 흐름을 따라 쓴 소설이 아니라 내 의식이 갈지자를 걷게 만드는 매직.

절판된 영상이나 음반이 고가에 팔리는 경우는 흔하다고 생각했다.

책은 누렇게 변색되어 가치를 잃기에 고가로 팔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길창덕 화백의 "꺼벙이 1,2권"을 10만이라는 헐값에 죽마고우에게 판매하고 초밥까지 대접받은 게 제일 기분 좋았던 고가도서의 판매이력.

절판된 책을 찾는 절박함과 모험감은 주머니만 넉넉하면 신나는 어드벤처 아닐까?

독자들에게 책은 식품처럼 맛있게 사 먹거나 못 먹을 음식처럼 아예 관심도 없는 경우가 있겠다.

작가나 출판사의 애타는 심정과는 다르게.

명작들이 활자로 세상에 등장한 책과 둘러싼 다양한 에피소드를 모아 놓았으니 책 좀 읽었는가? 라는 질문을 기다리는 매니아들에게 재미 이상의 가치를 주는 색다른 책과의 만남이 기분 좋다.

 

셰계문학전집이 집마다 마루에 한 켠을 장식하던 때도 있었지만, 요즘 거실에 책이 진열된 모습은 보기 쉽지 않다.

문학전집은 낱권을 사야 할까, 전집을 사야 할까? 끝없는 논쟁거리지만 전자책 전권 세트의 가격적 파괴력은 피할 수가 없다. 내 경우에는 열린책의 전집 200권 정도가 스마트폰 안에 잘 담겨있지만 굉장히 만난지 오래된 친구 같다.

책을 좋아한다고 해놓고 누구나 제목을 알 만한 명작은 나이가 좀 들면 읽겠 노라 거짓부렁을 하고 살았는데, 노안이 왔다.

각 출판사별 전집의 철학과 출판 방향에 대한 내용을 읽게 되면 표지 하나에서 어떤 작품들을 시리즈의 1권으로 내세웠는지, 이후의 행보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을 했다.

번역.

전자책은 표지가 주는 현란한 유혹이 없다 보니 역시 번역이 제일 중요하다. 열린 책 전집 중 한 권이 영 번역이 어색하다 보니 덜 읽게 된 거짓말 같은 사실.

열린 책이 러시아 문학에서 태동한 출판사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반갑다.

주석을 꼼꼼히 보는가?

예 : 당신은 완벽주의자. 책의 배경과 의미, 숨겨진 진실까지도 눈을 뜰 수 있는, 부러운 사람

아니오 : 친구야 반가워.

 

주석의 의미와 주석이 좋은 책이라는 에피소드를 꺼내 드는 부분 마음에 꼭 든다.

주석은 한 페이지 내에서 끝내야 한다. 길어도 좋다. 미주로 책 꽁무니에 달아 놓으면 읽지 말라고 살인현장 노란 테이프 치는 짓이란 말이다.

주석이 달린 시리즈가 서점가에 등장했을 때, 도대체 이런 책이 왜 나왔을까 고개 갸우뚱 했지만 저자가 추천하는 주석이 아름다운 책 리스트의 사연을 듣고 보니 새로운 책 읽기의 방법이고 완벽한 이해를 위해 필요한 도전이라고 수긍할 수밖에 없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Esston Press 수집가용 한정판은 입맛이 당긴다. 추릅.

한정판이라면 사람의 마음이 슬금 손이 간다.

타인은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이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는 욕망과 지위라도 올라간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또는 구할 수 없으니 당연히.

미당 서정주의 화사집 특제본이 소개되는데, 경매 낙찰 가격이 무려 1억원이라고 한다.

물론 구하고 싶어도 쉽게 구할 수도 없다.

시집의 출판인인 오장환 시인의 이야기는 더욱 드라마틱하다.

서정주, 이용익, 오장환은 1930~40년대 3대 시인천재라고 불렸던 인물이며, 서정주와 "시인부락"을 만들기도 했다.

무명시인들이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하던 시절이었지만 부친의 유산 덕에 여유 있는 생활을 하며 1938년 남만서점이라는 책방을 냈는데, 일본 유학시절 화려한 출판환경을 부러워하며 용비어천가나 춘향전 같은 고전이나 조선 작가들의 책을 출판하고자 하는 대단한 신념을 보유한 야심가이기도 했다. 술을 너무 좋아 홀 라당 날려 먹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화려했던 서점을 날린 이유도 아마도....멋 부리고 놀다 가라고 한다는데.

"화사집"은 100부 발행하였고 각 책 번호에 따라 용도가 달랐다. 그중 16~50번까지가 문제의 특제본인데, 내지를 태지라는 종이를 다듬이질한 후 다리미로 다려 사용하였고, 비단으로 책등을 만들었다고 한다. 책등의 책 제목은 붉은 색 실로 수를 놓았다고 하니 고서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자태였을 지 상상이 간다.

그토록 친했던 서정주가 변절한 후, 길에서 만나도 아는 척도 안 하던 오장환 시인은 월북 후 원인모를 죽음을 맞이하였고 덕분에 우리도 잘 알지 못하는 시인이 된다.

 

밀리터리 덕후들에 대한 출판계의 어려움을 토로한 에피소드는 한 편으로 아쉬움이 든다.

타겟 고객 자체가 워낙 적다 보니 출판 - 절판 - 재출판 - 절판의 끝도 없는 론도를 추기 때문이다.

밀덕까지는 아니지만 전쟁사에 관한 책을 잠깐 모았는데 지금도 책꽂이 내새끼들을 살펴보니 대충 이렇다.

전격전의 전설, 일본 제국 패망사, 스페인 내전, 롬멜, 전쟁연대기, 전쟁국가 일본, 독소전쟁, 최진기의 전쟁사 특강, 전쟁과 무기의 세계사, 백년전쟁, 베트남 전쟁, 1차 세계대전사, 2차 세계대전사, 탱크의 탄생 ...

의외로 많아 당황스럽다.

기억이 가물 하지만 "플래툰"이라는 군사잡지도 어렴풋이 친숙하고, 군대에서 읽던 항공관련 잡지 기억도 난다.

유튜브가 흥한 덕분에 전쟁사에 대한 내용도 다양한 컨텐츠로 만날 수 있어 역사적 지식 쌓기에 좋은 세상이다. 덕분에 밀덕 군사도서들이 재출간 될 이유는 더 없어지겠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의 뒷 이야기들에 대해 끝없이 펼쳐지는 저자의 입담에 감탄하면서도 절판된 도서들을 한 번 구해볼까 하는 욕심도 생긴다.

스필버그가 영화화하기로 만들었다는 신문광고를 보고 구매했다가 홀딱 빠졌던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주라기 공원".

20년전 친구에게 빌려주었던 돌려받지 못했는데 얼마전 알라딘 중고서점을 통해 저렴하게 재구매 할 수 있었다.

어떤 책들은 꽤나 비싼 가격에 거들먹거리고, 희대의 명작이 1,2천원이라는 가격에도 팔리는 시장이다.

절판이 되었던 한정판이 되었던 책 가격이 뭔 대수랴.

책장에 꽂힌 책등에 얽힌 추억과 지식의 즐거움,

새 책을 펼쳤을 때의 향긋한 종이 냄새와 오래된 곰팡이 쩔은 고서의 까칠한 감촉이 좋으면 그만이지.

 

책 매니아에게 몰랐던 꿀단지를 먹여주는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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